커피도서

커피, 어디까지 가 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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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선 지음 | 변형신국판 | 272쪽 | 값 13,900원 | ISBN 978-89-91508-79-8 03800

 

황소자리 출판사

 

(110-041) 서울시 종로구 누상동 10번지 웰빙하우스 101호 

전화(02)720-7542~3   팩스(02)723-5467

 

◉ 기획․편집 문의 : 지평님 (720-7542, 019-234-6336)

                  김정희 (720-7543, 017-475-7858)

 

 

“꼬레아? 꼬레아에서 여기까지 왔어요?”

 

캐나다, 미국,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파나마, 콜롬비아, 페루, 에콰도르, 볼리비아.

2년 반 동안 아메리카 9개국을 여행한 바리스타의 유쾌발랄 커피 탐험기!

 

 

농부들이 주위를 에워싼 채, 궁금해서 미칠 것 같다는 표정으로 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귀를 쫑긋 세운 채. “꼬레아에서 커피 공부하러 왔어요. 전 여러분들이 재배한 커피를 맛있는 음료로 만드는 사람이에요. 바리스타라고 하지요.”

‘커피를 맛있게 만든다고? 커피면 그냥 커피지 어떻게 맛있게 만든다는 거지?’ 그들의 눈빛에서 이런 질문들이 들려오는 듯했다.  | 본문 중에서 |

 

책의 개요

 ♠

 

캐나다에서 볼리비아까지, 커피를 찾아 떠난 괴짜 바리스타의 아메리카 대륙 탐험

 

“톨 라테 나왔습니다, 손님!”

“그란데 아메리카노 찾아가세요!”

오늘도 점심 무렵 카페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주문하는 줄은 끝없이 이어지고,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는 목청껏 음료를 찾아가라 외친다. 작은 봉지에 든 믹스커피일지언정, 하루 한 잔 이상 커피를 마시지 않는 이가 얼마나 될까? 주문 한 마디면, 혹은 컵을 휘휘 젓는 손짓 한 번이면 몇 초만에 짠~ 하고 눈앞에 대령되는 이 까만 음료. 편리하고 맛있긴 한데, 들여다보고 있자면 궁금해진다. 대체 어디서부터 출발해 내 손까지 들어온 걸까? 커피는 누가 재배하지? 재배한 뒤에는 어떻게 되는 거야? 이 호기심을 풀기 위해 진짜 멀고먼 길을 떠난 이가 있다. 아메리카 커피여행의 창시자라 불러도 좋을, 겁 없고 대책 없는 무대포 바리스타 조혜선.

 

본고장 커피를 찾아 떠나다

이 책 《커피, 어디까지 가봤니?》는 커피에 대한 열정 하나로 2년 반 동안 아메리카 대륙을 누빈 바리스타의 커피 탐험기다. 저자 조혜선은 21세기형 카페 문화를 전세계에 전파시킨 북미, 그리고 세계 최대의 커피 산지 중남미에서 몸으로 부딪혀 얻어낸 경험을 순도 높은 이야기로 맛깔스럽게 추출해낸다. 책 속에는 커피의 터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커피를 재배하고 가공하는 모든 공정, 커피의 맛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커핑’ 시스템, 대규모 농장과 협동조합 그리고 산골 영세 농장의 현주소 등 우리가 쉽게 전해들을 수 없는 커피세계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 조혜선은 커피가 좋아 바리스타가 되었지만, 단순히 커피를 만들고 손님들과 만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질 않았다. 알 수 없는 갈증이 곁을 맴도는 기분이었다. 커피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 세상을 최대치로 경험하고 싶다는 욕심에, 그는 짐을 꾸렸다. 취업 비자가 나오는 캐나다에선 바리스타로 일해보고, 미국에선 스타벅스의 도시 시애틀과 서부의 자유로운 카페들을 마음껏 활보하고, 중남미 농장에선 커피가 자라는 생생한 현장을 경험해야지! 작은 지도 속의 아메리카 대륙은 만만해보였다. 쓰윽, 미소 짓고 비행기 표를 끊었다.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이제 출발이다!

 

북미, 새로운 문화에 스며들다

시작은 말 그대로 의기양양했다. 전문 드립문화가 없는 북미에서 커피를 만들어 그들의 감수성을 촉촉이 적셔주겠다며 드립 주전자를 가방 안에 우겨넣고 떠난 길이었다. 그런데… 밴쿠버 공항 이민국 심사장에서 난데없이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의아해하는 그의 눈에 들어오는 건, 검색대 화면에서 적나라한 자태를 뽐내는 드립주전자. 푸하하! 주전자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입국심사관들 앞에서 갑자기 드립 커피 설명회가 열렸다. 그는 자신의 여행 계획을 당당히 밝혔다. 세계에서 불친절하기로 둘째라면 서러울 입국심사관마저 응원해주는 험한 여행. 허공에서 쌉싸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생길이 훤하네요!”

중남미까지 갈 것도 없었다. 바리스타로 자리를 얻은 카페에서부터 힘겨운 시간이 반복됐다. 몇몇 동료들의 은근한 텃새와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일삼으며 새로 온 한국인 바리스타를 무시하는 손님들, 진이 홀딱 빠져나갈 정도로 손님이 몰려드는 매일 아침의 커피 전쟁……. 하지만 그는 금세 캐나다 사람들 속에 스며들었고, 자유롭고 격식 없는 북미의 커피 문화를 온몸으로 배워나갔다. 온기로 가득한 바리스타를 꿈꾸며, 그동안 쌓아왔던 커피에 대한 엄숙주의와 편견을 조금씩 허물어뜨리며.

 

중남미, 새로운 여행에 눈뜨다

캐나다에서 바리스타로 1년, 미국에서 카페를 유랑하며 6개월을 보낸 뒤 과테말라에 발을 디뎠다. 중남미에서 모든 건 책이 아니라, 사람에서 시작됐다. 짧은 스페인어를 총동원해, 더듬더듬 여러 농장에 메일을 보냈다. 당신의 농장에 방문하고 싶다고. 무시하거나 난색을 표하는 곳도 있었지만, 절반 넘는 이들이 조건 없이, 버선발로 환영해주었다. 방문한 곳에서 다음 방문지를 주선해주고, 새로운 나라에서 기댈 곳을 찾아내며 그는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파나마,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등 7개국을 일년 동안 여행했다.

매년 산지에서 열리는 커피대회인 COE(컵 오브 엑설런스)에서 과테말라 지역 1위를 차지하는 인헤르토 농장에선 글로벌 파워를 지닌 대농장주의 환대를 받으며 최고의 커피 가공시설과 노하우를 엿보았고, ‘에스메랄다 스페셜’이라는 최상급 커피로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파나마의 에스메랄다 농장에선 커피의 맛을 향상시키기 위한 농장 자체 커핑(커피의 맛을 평가하는 일) 작업에 참여했다. 콜롬비아에선 미남 바리스타들과 대낮에 술판을 벌이기도 하고, 생애 최고의 콜롬비아 커피를 마셔본 날 그 커피의 생산자인 마누엘을 만나 가슴 두근거리며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마누엘은 그를 집으로 초대해 아내 마리아와의 러브스토리를 들려주며 극진히 대접했다. 볼리비아에선 중남미 커피대회 COE의 심사위원이 되어 산골 마을을 누비며 커핑을 하고, 국영 TV의 생방송… 아니 대본도 없는 ‘날방송’에 출연해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시연해 보이는 영광을 누렸다.

중남미에서 즐겁고 따뜻한 시간이 이어졌지만, 사실 모든 커피농가의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에콰도르에선 커피나무를 심을 공간이 있다는 것과 힘겹게 기른 커피를 헐값에 내다파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농부 디에고의 말에 가슴 저려하며, 초라한 시설에서 점점 빛을 잃어가는 커피를 안쓰럽게 바라봐야 했다. 페루 사티포 협동조합에선 생계 걱정에 쫓겨 자신이 재배한 커피를 맛보지도 못하는 농부들에게 커핑 시범을 보였다. “이것이 여러분들이 일년 동안 키운 커피의 맛과 향이에요. 어때요? 좋죠? 훌륭하지 않나요?” 짧은 스페인어는 넘치는 오지랖으로 충분히 보완되었다. 생산자들이 커핑을 하며 맛을 관리해야 생두를 좋은 값에 팔 수 있다는 그의 말에, 페루 농부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었다. 부에노(좋아)! 꼬레아에서 온 친구 마음에 들어!

오랜 시간 농부들과 마주하며, 커피를 만나는 일보다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선입견을 버리고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농장을 지키며 살아가는 농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 여행에 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커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생산지의 현실은 제각각이었지만 환한 웃음으로 그에게 던지는 말은 똑같았다. “여기까지 온 건 네가 처음이야!” 누군가를 따라 나선 여행이 아니었기에, 아무리 열심히 자료를 모아도 현지에선 언제나 정보가 부족했다. 매일 바뀌는 잠자리와 안데스 산맥의 고산 기후에 체력은 고갈되고,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늘 허기졌다. 하지만 커피의 터전을 자신의 발로 밟을 수 있다는 환희가 그를 자꾸만 다음 여행지로, 그 다음 여행지로 이끌었다. 이 책 《커피, 어디까지 가봤니?》는 그 푸릇푸릇하고 순도 높은 기쁨의 기록이다.

커피란 무언가 대단한 것이 아닐까 했던 기대는 진작에 사라지고 없었다. 어느 지역 커피는 어떤 맛이 나고, 어느 지역 커피는 맛이 덜하다며 생각 없이 평가했던 과거의 일도 부끄럽기만 했다. 그래서 이 여행의 결론이 무어냐고 묻는 이들에게 그는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커피란 까다롭게 대해야 할 음료가 아니라, 좋아하는 이와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족한 소통의 매개체일 뿐이라고. 

이 까만 음료 한 잔이 주는 평화로운 시간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바리스타 조혜선이 마음으로 풀어놓는 다양한 빛깔의 커피세계 이야기에 단숨에 매료되리라. 그리고 커피를 마실 때마다 유쾌하고 친근한 감정이 커피잔 속에서 퐁퐁 솟아오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책 속으로

 ♠

 

 

나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른 음료를 선택할 수 있다면 커피는 무조건 제외였다. 하지만 호주에서 누군가 권해 마셔본 커피는 이상하게도 맛이 달랐다. 카페의 평온한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세련되고 차분하면서도 고풍스러움까지 겸비한 카페에서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은 내게 한 줄기 빛처럼 다가왔다. 난 커피가 만들어낸 카페라는 세상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앞으로 어떤 여행을 할 것인지 이야기하고 나자 심사관들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저마다 한 마디씩 한다.

“저 아래 남미까지 커피를 찾아 가겠다는 거예요? 행운을 빌어요.”

“와우, 대단한걸! 참 재미있는 친구네.”

“나중에 또 캐나다 오면 그 주전자를 이용해서 커피 만들어줘요.”

“캐나다 커피도 한국에 잘 얘기해주고요.”

깐깐하기 짝이 없는 심사관들의 마음까지 벌써 사로잡아버린 건가? 불친절의 대명사인 공항 이민국 직원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내 사기를 북돋워주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

 

1부 구름: 하얀 꽃이 피다

쏴아악- 원두 분쇄되는 소리와 함께“탁탁, 탁탁.”레버를 당겨 적당량의 커피가루를 정성스레 필터 배스킷에 담고는 다시 한 번 가지런하게 가루들을 모아준다. 오늘따라 신들린 듯한 내 탬핑tamping에 고르게 밀착되는 배스킷 안의 커피가루들. 추출버튼을 눌러 따뜻한 물을 한 번 내려준 후, 배스킷을 머신에 장착하자 걸쭉한 에스프레소가 포르터 필터porter filter를 타고 내려온다. 가히 환상적인 추출이었다. 이 정도면 19세기 발명가들도 기특해하겠는걸? | <톨 라테 투 고> 중에서 |

 

오늘은 아티지아노 소속 바리스타들이 모여 작은 축제를 벌이는 날. 각 지점과 바리스타 개인의 명예를 걸고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바리스타들의 열정을 부추기는 효과만점의 이 작은 축제는 다운타운 헤이스팅스Hastings점에서 열렸다.

간단하게 대회를 소개해볼까? 세 명의 바리스타가 한 조가 되어 정해진 시간 안에 커피음료를 만들어내는 것이 대회 규칙이다. 준비시간 동안에는 본인이 선호하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수 있도록 그라인더를 조정해서 커피 입자 크기를 맞춘다. 사용할 잔과 우유도 미리 준비하고, 창작 음료에 쓰일 재료들을 재점검하는 일까지 5분 내로 마쳐야 한다. | <아티지아노컵 바리스타 대회> 중에서 |


2부 태양: 빨간 열매를 맺다

어떻게든 농장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히치하이킹을 해보기로 했다. 과테말라에서 처음 시도하는 히치하이킹은 30분 간의 끈질긴 노력끝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야호!

파나하첼을 출발해 농장으로 가는 네 시간 동안 만난 과테말떼꼬는 수십 명, 그들과 만나면서 허물어진 나의 선입견도 수십 개. 끝까지 웃음을 보이며 농장 근처까지 태워다준 트럭 아저씨와 동양에서 온 우리를 신기한 듯 수줍게 쳐다보던 아저씨의 딸들. 그녀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고 있자니 농장까지의 여정을 두려워했던 나 자신이 어찌나 부끄럽던지. | 과테말라 <위험천만, 커피농장과의 첫 대면: 아수빔 협동조합> 중에서 |

 

탐스럽게 익은 커피체리는 양을 재고 가격을 책정한 후, 바로 쭉정이를 거르는 작업장 물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물에 뜨지 않는 튼실한 체리들만 본격적인 펄핑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 털털 털털. 모터 소리와 함께 초록색 기계는 베일을 벗기듯 새빨간 체리 껍질을 벗겨냈고, 빨간 겉옷과 함께 생두를 감싸고 있던 과육들도 떨어져나갔다. 커피체리를 수확한 후에는 재빨리 깨끗한 물로 껍질과 과육을 벗겨내야 하는데, 질 좋은 워시드 커피 를 탄생시키기 위해 거쳐야 할 매우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 과테말라 <세계 최고의 커피가 만들어지는 비밀: 인헤르토 농장> 중에서 |

 

휘휘 저었던 가루를 조심스레 걷어냈다. 이제 진짜 숟가락을 들어올려 맛을 볼 차례가 되었다. 작은 원두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과 향을 음미하는 이 과정은 소믈리에가 와인을 시음하는 일과 비슷하다. 커피를 움푹 파인 숟가락에 떠서 입 가까이에 대고는 공기와 함께 짧고 강하게 들이마시는 것이다.

공기와 함께 액체를 들이마시기 때문에 보통“쑵, 씁, 훅”이란 소리가 난다. 커핑 경력이 오래된 사람이나 개인 타이틀이 거창한 사람들은 일단 소리를 크게 내는 것이 보통이다. 같은“쑵”소리인데도 왠지 귀에 거슬리는 경우도 있고, 마실 때마다 휘파람을 불어대는 사람도 있다. | 파나마 <이제 혜선의 입맛은 버릇이 없어졌어: 최고급 커피로 사랑받는 에스메랄다 농장> 중에서 |


“혜선은 커핑을 얼마나 했지?”

“음, 이번 여행을 시작하면서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캐나다에서 일하면서, 미 서부의 카페들에서 그리고 SCAA와 윌리엄 부투 씨의 커피학교에서 해봤지요. 산지를 다니면서 더 자주 하고 있는 셈이지만, 이제 시작인 걸요? 너무 재미있고 즐거워요.”

“하나같이 좋은 원두를 사용하는 곳에서만 해봤구먼. 신참 커퍼가 여기서 이런 커피로만 커핑을 했으니, 망쳐놨네. 망쳐놨어! 이제 혜선의 입맛은 버릇이 없어졌어. 벌써 이 최고급 커피들의 맛과 향에 중독되어버렸으니 말이야. 허허.” | 파나마 <이제 혜선의 입맛은 버릇이 없어졌어: 최고급 커피로 사랑받는 에스메랄다 농장> 중에서 |

 

어라? 농약통 같은 걸 메고 있네, 저 사람?

다른 쪽에서는 철제 카트에 보온병 수십 개를 담아서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보였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 보온병에 든 무언가를 사서 마셨다. 마치 한국의 야쿠르트 아줌마를 연상시키는 장면이었다. 궁금함을 더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나는 보온병을 끌고다니는 아저씨에게 조르르 달려갔다.

“올라, 저기… 세뇰(아저씨)! 이게 무엇인가요?”

“이거? 아니 띤또도 몰라!”

띤또? 이름 한번 귀엽네. 그리고 그 안에는 커피가 들었다고? 커피의 나라 콜롬비아에 오는 날을 그리도 학수고대했는데 첫날부터 흥미진진한 놈을 만났는걸!  | 콜롬비아 <띤또 한 잔에 행복한 나라> 중에서 |

 

쭉- 하고 커피를 들이마시고, 우물거리며 맛과 향을 음미하고, 쩝쩝거리며 촉감을 느껴보고, 퉤- 하고 컵에

뱉은 후, 입안에 남은 커피의 여운을 되새겼다. 3번 샘플은 바디가 좋고, 망고향이 났어. 음… 8번은 상큼함과 바디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뒤에 남는 여운이 입안을 여전히 감도는 것 같아……. 13번은 밀크 초콜릿처럼 부드럽고… 21번은 82점… 19번은 오렌지 과즙을 마시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근데 여운이 없어. 내 생각은 좀 달라. 34번은 어떻게 평가했어? 39번은 아무래도 발효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

5명의 페루 Q들과 나는 반나절이 넘도록 40개의 샘플을 맛보고 평가했다. 그리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10개의 커피를 다시 커핑했고, 그중에서 5개를 골라 1위부터 5위까지 순위를 매겼다. | 페루 <페루의Q들과 함께한 시간: 비야리카의 커피 축제> 중에서 |

 

로스팅실을 책임지고 있다는 알베르토와 나는 이미 커핑을 하기로 했고, 준비도 된 상태였기에 이참에 농부들과 함께 해보자고 맘을 먹었다. 오지랖도 넓지.

“이렇게 먼저 커피가루의 냄새를 맡고……. 뜨거운 물을 부어 다시 이렇게 냄새를… 자, 맡아보세요. 그리고 이 숟가락을 들고 이렇게… 어서요…, 이쪽으로 오세요. 어떤 냄새가 나나요? 어때요? 이제 저처럼 이렇게 소리를 내며 커피를 들이마시면서 맛을 보는 거예요. 이 컵과 저 컵이 맛이 다르지 않나요? 네?”

처음에는 쭈뼛쭈뼛 망설이며 서로의 눈치를 보더니, 손을 잡아끌어 냄새를 맡게 하고 맛을 보게 하자 농부들은 점점 마음을 열었다. | 페루 <페루 농부들에게 커핑을 가르치다: 사티포 협동조합> 중에서 |

 

아침 일찍 엘 알토El Alto에 있는 볼리비아 커피협회에서 에스프레소 머신과 커피도구들을 챙겨 30분 전에 ATB 방송국에 도착했다. 20평 남짓한 공간에선 이미 방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늘 출연자인가요?”

노란색 앞치마를 두르고, 거울을 보며 부스스한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데 얼핏 분장사처럼 보이는 사람이 내게 질문을 걸어왔다. 메이크업까지? 으흐흐, 산골만 돌아다니다 도시에 와서 호강하는구나.

“이리로 앉아요.”

그는 손바닥만한 분첩을 들고 두세 번 얼굴을 두드리더니 연분홍색 립스틱을 내게 내밀며 바르란다. | 볼리비아 <볼리비아 TV 출연> 중에서 |

 

 

 

저자 소개

 ♠

 

조혜선

 

대학에서 레크레이션과 이벤트를 전공하고 바텐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손님들이 원하는 음료를 만들어주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매일 작은 여행을 떠나는 일과 같았다. 어느날 문득, 타인들의 여행에만 동승하지 말고 내 여행을 한 번 떠나볼까 싶어 호주로 일년짜리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커피라는 신세계는 내 여행을 기대치 않았던 곳으로 이끌고 갔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느낌이 이랬을까? 난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커피에 빠져들었고, 한국에 돌아와 바리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커피에 대한 목마름은 전혀 가시지 않았다. 커피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 세상을 최대치로 경험하고 싶다는 욕심에 나는 또 짐을 꾸렸다. 커피만을 위해 시작된 여행은 2년 넘게 이어졌다.

 

캐나다와 미국에서의 일년 반은 바리스타로서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시간이었고, 중남미 7개국을 여행한 일년은 좋아한다 말하면서도 너무나 무지했던 커피의 현실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혼자서 모든 걸 계획했던 여행인지라, 준비과정도 현지에서도 너무나 힘들었지만 넘치는 행복감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글을 쓰는 내내 그때의 경험을 되도록 생동감 있게, 거짓 없이 담아내려고 애썼다. 나처럼 커피를 테마로 여행을 꿈꾸는 분들에겐 한 발 앞서 다녀온 이의 경험과 용기를, 커피를 사랑하는 분들에겐 커피 세계의 따뜻한 모습을 전해드리고 싶다.

 

blog | http://blog.naver.com/yaranm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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