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커피가 있었다

아띠 . 2

kahwa 0 3,313
  《아띠》를 개업한 날을 기념하여 여는 음악회 초대장을 들여다 보던 나는 지난 여름에 거기서 열린 재즈공연에 참석했던 날을 떠올려본다.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며 리듬을 타기도 하고, 때로는 발장단을 맞추기도 하고, 익숙한 음률을 따라 흥얼대기도 했던 그 시간을 말이다. 나는 아이패드의 노타빌리티 어플에 녹음을 해 온 그날의 연주를 다시 듣는다. 흘러나오는 음악은 행복감에 들떴던 과거의 시간 속으로 나를 가뿐히 데려다 놓는다.
  그때까지만 해도《아띠》에서는 재즈만을 공연했었다. 그 날 역시 해금 연주자 최윤희, 첼리스트 이경주, 피아니스트 최수옥 씨와 코쿤밴드가 다양한 재즈곡을 선사했다. 하늘빛 그리움,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과수원길, 춘천 가는 기차……. 연주를 할 때는 관객이 재즈를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곡부터 시작을 했다.
  연주가 시작되자 곧바로 흥겨워진 사람들은 발장단을 맞추고,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우산을 쓰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쇼윈도우 밖에서 가게 안을 들여다 보았다. 가게 뒷마당에서는 야간자율학습을 끝낸 학생들이 교복차림으로 와서 공연을 구경하며 환호를 했다.
  “이럴 때는 박수 쳐주는 거예요!”
  아직 공연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리드하기 위해 김원일 씨는 연주곡이 끝나거나 절정의 순간에 박수를 유도했다. 그때마다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다. 그 시간 그 공간에서는 음악 따로 연주자 따로 관객 따로 놀지 않고 모두 하나가 되어 신명나게 놀았다. 그 공간에서 연주된 음악은 가뭄을 해소한 그날의 여름비처럼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을 충분히 풀어주었다.
  “베니스에 가면 카페 플로리안이 있어. 거기 가면 네 명의 남자가 재즈공연을 해. 스윙재즈와 어울리는 게 에스프레소야.”
  그곳에 함께 간 친구의 얘기를 들을 때 나는 마치 이국의 한 광장 모퉁이에 있는 카페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순천에 와서《아띠》의 재즈공연을 본 여행자라면 분면 자기 삶터로 돌아가서 그 공간에 흐르던 재즈 선율과 피어나던 커피의 향기를 낭만적으로 얘기했을 것이다.《아띠》는 그렇게 사람들 마음 속에 잊을 수 없는 한 순간을 남긴다.
  김원일 씨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악기를 잘 다루지도 못한다. 그는 그 자신을 두고 ‘귀만 열려 있다.’라고 말한다. 그런 그가 자신의 카페에서 정기적으로 음악회를 열게 된 동기는 남다르다.
 

  “중학교 때였어요. 그때는 라디오 프로에서 음악을 즐겨 들었어요. 그때 누가 김기덕 씨한테 이렇게 물었어요. 어떤 음악이 좋은 음악이냐고요. 김기덕 씨가 이렇게 말했어요. 들어서 좋은 음악이 좋은 음악이다. 그 말에 감동을 했어요. 그래서 커피를 통한 만남의 장을 열면서 사람들한테 뭘 들려줄까 하고 고민을 하다 공연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순천에는 밴드가 많다. 음악학원이 많아 거기서 자연스럽게 밴드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또한 많다. 그러니 다재다능한 그들이 끼를 발산할 수 있는 무대는 필수적이다. 특히 생활 속에서 청중들과 친밀하게 호흡할 수 있는 무대는 많을수록 좋다. 그래서 음악가들에게는 카페《아띠》가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며 관객과 소통할 장이 된다. 음악애호가들에게는 카페《아띠》가 다양한 음악을 통해 무미건조한 삶을 리드미컬하게 바꾸는 장이 되는 것이다.
 카페《아띠》의 공연은 예약제로 운영이 된다. 공연일정을 짜고나면 포스터를 만들어 공고를 하고, 블로그에 공연 일정을 올리고, 단골들에게는 문자를 보낸다. 공연 당일에 제공하는 커피 값이 포함된 관람표 1만원을 받고 예약을 받는다. 예약을 한 사람의 인원수에 맞추어 객석을 세팅한다. 한 번 공연을 할 때 보통 50여명의 사람이 온다. 학생, 연인, 가족, 친구, 음악을 하는 사람들, 개인 사업자들……. 《아띠》에서 그들은 서로 음악과 커피라는 공통분모 속에 들어가 흥겹게 어울린다. 그 시간에 그 공간에 존재하는 그 모든 사람들은 한 곡의 음악 속에 들어 있는 각기 다른 음표인 것이다. 수준이 높은 공연을 하기 위해 유료로 운영을 하는 그 무대가 처음 열린 지는 벌써 1년 반이 되어간다. (계속)
 
 
  글      :   양선희(시인)
  사진   :   원종경(비디오그라퍼)
 
 


    아띠   :   전라남도 순천시 조례동 1818-5. 김원일.  070-4229-3401
 




양선희(시인)
사진 원종경(비디오그라퍼)
주소 대한민국 전라남도 순천시 조례동 18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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