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커피가 있었다

홍예문커피집.1

kahwa 0 3,288
 

  무지개처럼 생긴 문이라는 뜻의 홍예문은 철도 건설을 담당하고 있던 일본 공병대가 1906년 착공하여 1908년에 준공하였다. 당시 일본이 자국의 조계지를 확장하기 위하여 조성한 축조물이다. 현재 인천의 남북을 연결하는 인천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당시의 일본 토목 공법 및 재료에 대한 사료로서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그 홍예문 앞에서 오른쪽으로 나 있는 한적한 골목길을 걸어 들어가면 금세 방문객을 반기는 것이 있다. 하양색 바탕에 검정색 글씨가 적힌 사각형인 그것은 바로 세움 간판이다.  길의 오른쪽 담장 위에 올라 서 있는 그것을 발견하게 되면 누구든 걸음을 멈추고 그곳을 찾은 기쁨을 드러내게 된다. 짧은 탄성으로, 혹은 짧은 한숨으로! 그 길이 초행인 도보 방문객은 그 위치를 묻고 물어 그곳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곳으로 가는 길이 줄곧 비탈인 이유도 한 몫 한다. 이렇듯 발견의 즐거움을 커피 보다 먼저 주는 곳이 바로《홍예문커피집》이다.
 
 


  목적지를 정확히 찾지 못하고 헤매는 와중에 걸음을 멈추거나 눈이 휘둥그레지거나 그 자리에 가만히 쪼그리고 앉는 때가 있다. 그것은 희한한 낙서로 가득 찬 담벼락 때문이기도 하고, 예쁜 구름이나 낮달 때문이기도 하고, 보도블럭 사이에서 피어난 진보랏빛 제비꽃 때문이기도 하고, 또 다른 그 무엇 때문이기도 하다. 그 때마다 내가 미소 지으며 읊조리는 것은 강연호 시인의 시집 제목이다.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
 
 


  인천종합터미널에 내려《홍예문커피집》을 찾아가던 그 날도 그 말을 읊조렸다.   
  그날 인천종합터미널에서 잡아 탄 택시는 나를 다른 길에 내려주었다. 그러나 나는 그 오류를 탓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그 오랜 세월에도 풍화되지 않은 색채를 지닌 인천차이나타운을 먼저 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색창연한 그 길을 걷는 동안 나는 오정희의「중국인 거리」를 생각했다.
  문학청년 시절에 그 소설을 읽고 찾았던 작품 속의 거리를 떠올렸다.
  우연히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나의 내밀한 눈을 뜨게 만든 그 중국인 남자가 살던 이층집은 여기일까, 저기일까?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다 지칠 때 쯤 삼각뿔 형태의 포춘 쿠키를 하나 샀다. 포춘 쿠키는 먹는 즐거움보다 그 과자 속에 들어 있는 쪽지에 적힌 그 날의 운세를 읽어보는 재미가 더 크다. 그런 잔 재미 하나가 때로는 큰 기쁨을 준다.
  웃으면 더 큰 행운이 와요!!
  행운번호 7 8 19 24 42 44
  나는 포춘 쿠키 속에 든 운세를 보며 크게 웃었다. 늘 너무 많이 웃어 눈가에 잔주름이 생긴 나에게 또 웃으라니! 그래도 슬픔에 잠기거나 눈물을 흘리라는 말보다는 고마워서 포춘 쿠키 속에 든 운세를 구겨버리지는 못했다.
 
 


  더 큰 행운을 얻기 위해 웃으며 걷다가 찾은 《홍예문커피집》은 출입구 앞에 바닥이 나무인 자그마한 테라스를 가지고 있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그곳에 앉아 개항장에서 불어오는 새로운 바람으로 꿈을 부풀리며 커피를 마셔도 좋을 것 같았다. 가까이 서 있는 은행나무를 바라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던 나는 잠시 멈칫했다. 문의 손잡이가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문의 위쪽인 건물의 외벽에 도드라지게 붙은 채 자신을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홍예문커피집이라는 글자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그것은 어쩌면 내가 지나온 중국인거리보다 더 오래되었을지 모르는 나무 조각이 재료였다. 오래된 것을 아끼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이 커피집의 주인이라는 사실이 반가웠다.
  세월의 때가 묻은 나무로 만들어진 것은 적당한 빛과 알맞은 트임이 있는 커피집의 내부에도 존재했다. 로스팅 단계별 원두가 든 투명한 유리병들이 진열된 선반과 사이펀 커피라고 추천 메뉴가 적힌 칠판 테두리, 차가운 유리를 따스하게 감싸고 있는 창틀, 탁자, 의자가 놓인 바……. 그 나무들이 이곳에서 쓰임새 돋보이는 물품이 되기 이전에는 어느 고가의 석가래 혹은 대들보였을 테다. 현대식으로 신축되는 과정에서 사정없이 해체되었겠지만 말이다.(계속)
 
 
글 : 양선희(시인)
사진 : 원종경(비디오그라퍼)
 
 
 
 

홍예문커피집  :  인천광역시 중구 송학동 3가 4-1번지  /   070-8780-2556
 
양선희(시인)
사진 원종경(비디오그라퍼)
주소 대한민국 인천광역시 중구 송학동3가 4-1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Comments

Categories

Search

Tags

Popular

Poll


결과보기

Recent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