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커피가 있었다

인디고.3

kahwa 0 4,858
  최우영 씨 역시《인디고》를 처음 열었을 때 부족하다고 판단한 가게의 커피 맛을 보완하기 위해 자신이 스승으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갔던 경험이 있다.
 
 


  “제가 꼭 지키는 철칙 중 하나가 가게 문을 열면 볶아 둔 커피 중에서 한 가지를 골라 가장 진하게 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는 것입니다. 그때 제가 원하던 맛이 올라왔을 때는 소름이 확 돋습니다. 전율도 느끼구요. 그런데 가게를 처음 열었을 때는 핸드드립이 잘 안 돼서 슬럼프에 빠졌었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콩을 볶아 들고 울산에 있는《빈스톡》을 찾아갔습니다. 제가 가끔 찾아뵙는 박윤혁 선생님이 제가 볶은 커피를 보시더니 그러셨어요. ‘콩은 잘 볶았네!’ 제가 핸드드립 하는 걸 보시더니 또 한 말씀 하셨어요. ‘드립은 못하네!’ 점적으로 내리다가 물줄기를 회전시켰을 때 물줄기가 일정하게 네 바퀴 돌아야 하는데, 그때 물줄기가 고르지 않았거든요.”
 
 

  “잡념이 들어갔던 거네요?”
  “그렇습니다. 제가 볶은 커피를 박윤혁 선생님이 내리셨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느꼈어요. ‘저게 드립이구나!’ 하고 말입니다. 박윤혁 선생님이 내린 커피는 전혀 다른 맛이 났어요. 너무 부드러워서 물맛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목을 넘길 때 향기가 확 올라왔어요. 훨씬 부드러운 단맛이 있었어요. 드립도 경험치가 가중돼야 좋은 맛을 낼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우리나라 커피 1세대인 박상홍  선생님과 빈스톡 박윤혁 선생님 얘기는 여기저기서 참 많이 들었어요. 제가 아는 분 중에 커피집 하면서 핸드드립 때문에 고민하는 분은 모두 자기가 볶은 커피 싸들고 《빈스톡》으로 가더라구요. 자신이 수십 년 동안 쌓은 노하우를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공개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텐데……. 저도 꼭 한번 가서 뵙고 싶은 분이에요.”
  “아마 언제든 환영하실 겁니다. 드립을 시연하신 뒤에 박윤혁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신맛이 나더라도, 쓴맛이 나더라도, 단맛은 꼭 올라오게 해야 한다구요.”
 
 


  《빈스톡》에서 가르침을 한 수 받고 온 뒤부터 최우영 씨는 핸드드립을 할 때는 드립에만 집중한다. 그는 늘 커피를 1인분씩 내린다. 커피를 강하게 마시는 사람에게 줄 커피는  20g의 원두를 갈아 80도에서 85도 사이의 물로 100cc를 내린다. 고노드리퍼를 쓴다. 연한 커피를 만들 때는 칼리타드리퍼를 쓰는데 그때는 18g으로 150cc 정도 내린다. 드립을 다 한 다음에는 서버에 든 커피를 뜨거운 물에 데운 스푼으로 저어서 한 스푼 떠서 맛본다. 그런 뒤에 커피를 담아 낼 잔을 뜨거운 물로 데울 때 함께 데운 작은 찻잔에 커피를 덜어 다시 그 맛을 본다. 맛이 흡족하면 커피 잔에 담아 쟁반에 올린다.
  “넬 드립 나왔습니다!”
 
                   

 
  손님들은 주방 앞으로 와서 자신이 주문한 커피를 받아간다.
  《인디고》에 가면 사진과 카메라, 시집, 손님들이 남긴 메모들 외에도 볼거리가 많아 눈이 호사를 한다. 스님이 만들어다 준 해바라기 모형의 시계, 에코아트 하는 단골이 만들어다 준 특별한 액자, 남우희 씨가 옷걸이를 이용해 만들어다 준 인디고 글씨…….
 
 


  문을 열고 들어가면 로스팅룸 천장이며 벽에 레코드판이 여러 장 부착되어 있다. 그 LP 음반들은 최우영 씨가 중학교 때부터 용돈을 아껴 한 장 두 장 사 모은 것이다. 그런데 턴테이블이 망가졌을 뿐만 아니라 음악을 감상하는 도구가 바뀌면서 그것들은 더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애지중지 하던 것을 내다팔 수는 없어 활용할 방도를 찾다보니 인테리어 소품으로 쓸 수 있었다. 나는 사이먼앤가펑클의 음반을 떼어내 틀어보고 싶었다.
  로스팅룸에서 두 개의 계단을 딛고 주방과 전시실이 있는 곳으로 올라오면 멈춰 서서 쪼그리고 앉거나 허리를 구부리고 바닥을 볼 수밖에 없다. 그곳에는 루마니아 출신의 독일 시인 파울 첼란의 글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시계 밖으로
  뛰쳐나와
  소리쳤다
  제발 똑바로 가라고
        -파울 첼란-
 
 

  왜곡된 진실에 대한 성찰이 담긴 시인의 글을 마음에 새긴 뒤에 나는 그 오른쪽에 있는 주방 앞에 놓여 있는 두 개의 의자 중 한 곳에 앉았다.
  “어떤 커피를 즐기시나요?”
  최우영 씨가 낯선 손님에게 묻듯이 내게 물었다.
  “오늘 좋은 커피 주세요!”
  “저는 강하게 볶는 브라질커피를 좋아합니다. 그 맛을 세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으나 마셨을 때 목에서 치고 올라오는 단맛 같은 게 좋아요. 요즘 각광받는 COE 같은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 저는 그리 환상이 없습니다. 애써 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제게 주어진 그린빈을 정성을 다해 볶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계속)
 
 
글     :   양선희(시인)
사진  :   원종경(비디오그라퍼)
 
 

  인디고   :    부산광역시 사하구 괴정2동 235-5   /  051-292-1686       
 
양선희(시인)
사진 원종경(비디오그라퍼)
주소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사하구 괴정2동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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