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커피가 있었다

제이스커피스튜디오.5

kahwa 0 3,294
   “어떤 커피를 젤 좋아하세요?”
  “저는 모든 커피를 다 좋아해요. 원두가 신선한 건요. 특히 쓴맛과 신맛을 좋아해요. 하지만 싫어하는 향은 있어요. 스모키향이에요. 그래서 과테말라 안티구아는 자주 안마시게 돼요.”
  “저는 화산 지대의 열기를 품었다는 이유 때문에 그 커피 좋아하는데…….”
 
 


  사실 나는 모든 커피를 다 좋아한다. 그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를 하나라도 더 찾으려고 애를 쓸  뿐이다. 어떤 때는 한 커피에 마음이 꽂혀서 한 동안은 그 커피만 마시게 된다. 안티구아도 그랬다.  그걸 구하려고 커피 볶는 집을 몇 집이나 찾아간 적이 있다. 딱 한 집에서 그 커피를 볶는다고 했다. 그러나 그날은 없으니 이튿날 다시 오라고 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도 역시 그 커피를 구할 수 없었다. 나는 허탕을 치고 어깨가 축 늘어져서 돌아왔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젤 싫다고 투덜대면서 말이다.
 
 


  “로스팅 하는 거 구경할 수 있을까요?”
  커피를 두 잔이나 마신 나는 제이에게 물었다.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로스터로 제이가 커피 볶는 것을 빨리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장의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로스팅 룸으로 갔다. 그 유리창에는 ‘I love Coffee'라고 적혀 있었다. 생두를 준비하며 제이가 말했다.
  “로스팅을 제대로 잘 하려면 실험 정신이 강해야 하는 거 같아요.”
  “왜요?”
  “워낙 많은 변수의 영향을 받는 섬세하고 섬세한 것이 생두라서요. 원하는 맛을 낼 정도로 잘 볶이던 것도 우중충한 날이라든가 며칠 비가 내린 뒤에 볶으면 잘못 볶일 때가 있거든요.”
 
 


  “미국에서는 공부할 때는 로스팅할 때 뭐가 젤 중요하다고 가르치던가요?”
 
 


  “당연히 생두에 대한 이해죠. 농작물인 생두의 상태에 따라 로스팅 방법도 달리 해야 하고, 시간도 달리해야 하니까요. 로스팅을 할 때 특별한 방법이나 스킬은 없다고 생각해요. 환경에 따라서도 그 맛이 천차만별 달라지는 게 로스팅이니까요. 로스팅의 좋은 방법을 알았다거나 어떤 유명한 곳에서 로스팅 하는 데이터를 알았다고 해서 맛있는 커피를 볶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느 장인 밑에서 커피를 볶는 방법을 전수 받는다고 해서 과연 그 장인을 따라갈 수 있을까요? 그 맛을 비슷하게라도 낼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커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데이터를 구축해 나가느냐가 관건이고, 그런 노력을 해야만 나에게 제일 잘 맞는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은가요?”
 
 


  로스터 예열을 끝낸 제이가 생두 투입구에 생두를 넣으며 말했다. 나는 그녀의 말이 천 번 만 번 옳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과정 중의 일부가 로스팅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자신이 축적해 둔 로스팅 파일을 비교해 가며 커피를 술술 볶았다. 나중에 그녀가 나에게 선물이라며 원두 봉지를 내밀 때 보니 아, 안티구아였다. 그녀의 세심함이라니!
 
 


  로스팅을 끝낸 우리는 그녀가 아침마다 산책을 한다는 바닷길을 따라 걸었다. 배가 오가는 것을 바라보기도 하고, 새들이 우짖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어쩌다 마주 오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한참을 걸어간 제이는 길의 왼쪽에서 해간도라는 작은 섬까지 연결된 구름다리를 건넜다. 그 다리의 한 지점에서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 매일 거기서 걸음을 멈춘다고 했다. 그녀는 다리 밑을 응시했다. 얕아 보이는 그 물은 너무나 맑아서 그 속에 무엇이 사는지 훤히 다 보였다.
 
 


  “여기 서서 늘 생각해요. 저 명징한 세계가 신세계라고.”
  나는 제이 곁에 서서 그녀가 새롭게 열어 가는 커피의 신세계를 들여다 보았다. 
  별빛이 쏟아져 내리는 제이스커피스튜디오의 테라스에 앉은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여기는 나만 오고 싶은 곳이다.”
 
 


  마산에서 한 시간 이상 걸려 와서 헛헛한 시간을 만델링 한 잔으로 달래는 반백의 신사는 나즉이 말한다.
 “커피를 사랑하는 그 누구든 이곳에 왔으면 좋겠다.”
  생의 남은 날들이 궁금한 쉰의 여인들은 라테 한 잔을 앞에 두고 달콤쌉싸름한 수다를 늘어놓는다. 그런가 하면……. 비가 오면 비가 오는가? 눈이 오면 눈이 오는가? 궂은 날이 더 반가운 연인들은 머리를 맞대고 시시덕거린다. 천천히 왔다 가는 기슭의 파도와 같이…….
  태양과 바다가 만나는 곳, 그 언저리에 〈제이스커피스튜디오Jay's Coffee Studio〉가 있었다. 제이는 그곳에서 햇살이 일러주는 레시피대로 커피를 만들었다. 그 진한 커피의 향기는 바다를 건너 멀리 멀리까지 갔다. 그 향기를 맡은 사람들이 하나 둘…….(끝)

 
 글      :     양선희(시인)
사진    :     원종경(비디오그라퍼)
 
 

 제이스커피스튜디오   :   경상남도 통영시 용남면 장평리 698-1   /    070-4239-7603
 
양선희(시인)
사진 원종경(비디오그라퍼)
주소 대한민국 경상남도 통영시 용남면 장평리 6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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