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커피가 있었다

마루.4

kahwa 7 3,346

  잔향을 음미하는 나를 위해 노름마치는 케냐로 드립아이스커피를 만든다. 그가 그 커피를 만드는 방식 역시 일반적인 방식과 다르다. 그는 우선 1인분의 드립아이스커피를 내릴 30g의 원두를 곱게 분쇄해서 페이퍼필터를 깐 드리퍼에 담는다. 그런 뒤에 유리로 된 서버 대신 적당량의 얼음을 채운 유리컵을 준비한다. 그 위에 곧바로 드리퍼를 올리고 뜨거운 물을 부어 핸드드립을 시작한다.
  “일반적인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 때보다 곱게 분쇄해서 좀 천천히 내리면 바디감이 좋고, 진한 커피가 만들어집니다.”
  《마루》에서 커피를 마실 때 마루만의 개성적인 커피 맛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때는 그 자신의 미각을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노름마치는 커피교본 너머에서 터득한 자신만의 비법으로 커피를 만드니 말이다.
  “올봄 국제 경매를 통해 브라질 COE#6 커피를 구입했습니다. COE의 명성처럼 실망시키지 않더군요. 끝까지 밀어주는 여운과 계속되는 잔향이 참 좋습니다. 지금은 엘살바도르 COE#4 커피를 낙찰 받았는데 가을에 온다니 행복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노름마치는 질 좋은 생두를 구입해서 반열풍식인 2.5kg짜리 하스가란티로 로스팅을 한다.    그는 매번 생두의 무게를 정확히 계측한다. 생두는 구입해서 보관하는 상태에 따라 미세한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노름마치는 매번 다른 생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로스팅의 기본이라 여긴다.
  그 생두는 쓰임새에 따라 10단계로 로스팅을 한다. 노름마치가 원두를 담아 파는 봉투를 살펴보면 로스팅 정도가 약에서 중을 거쳐 강까지 10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그는 항상 그 봉투에 든 원두의 로스팅 정도를 그 숫자 중 하나에 ?표기를 한다.
  노름마치는 커피의 블렌딩 역시 꼼꼼하고 남다르게 한다.
  블렌딩을 쉽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로스팅을 하기 전에 블렌딩을 하려는 각각의 생두를 잘 섞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그 블렌딩 커피의 로스팅은 30분 안에 끝난다. 그러나 노름마치는 그런 방식으로 블렌딩을 하지 않는다. 그는 10종류의 원두로 블렌딩을 하는 경우 각각의 생두를 한 종류씩 따로 볶는다. 각 생두의 로스팅 포인트를 최대한 살려서 말이다. 그러려면 손쉬운 블렌딩 방법에 비해 10배의 수고가 더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름마치는 그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 방식만이 블렌딩을 했을 때도 각각의 커피가 지닌 맛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고 확신하니 말이다.  
  로스팅이 끝난 원두는 하루 정도 공기 중에 노출시켜 보관을 한다. 그때 사용하는 채반 에서도 노름마치의 개성은 여실히 드러난다.
 
 


  “커피를 볶으면 어딘가에 보관을 해야 하잖아요. 뭐가 좋을까 고민을 하다 대나무로 만든 데 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광주 근처에 담양이 있어서 대나무가 많으니까요. 보기에도 좋고, 커피에도 좋고……. 그런데 시중에 나와 있는 건 적당한 크기가 없어서 특별히 주문해서 만들었어요.”
  대나무 채반에 담긴 원두는 화장실로 가는 통로의 오른쪽에 있는 선반에 얹혀서 방향제 구실까지 톡톡히 한다. 그 공간은 일 년 365일 아침 8시 10분에 문을 열고 밤 11시에 문을 닫는다.
  “문 여는 시간이 재미있네요?”
  “8시에는 못 와요. 8시 10분에는 올 수 있어요. 그 시간이 최선을 다해 올 수 있는 시간이에요. 커피집의 강점은 문 열면 바로 영업할 수 있는 거니까 24시간 내내 하는 게 제일 좋죠. 그런데 그걸 못하니까 영업시간 정해서 해야 하는 건데, 일찍 열수록 좋지요. 저 자신에 대한 경계도 되고, 모닝커피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서비스도 되고……. 아침마다 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먼 데로 출근하는 분들이 길을 돌아서까지 와서 커피 사 갖고 가시기도 하고…….”
  26년 째 같은 미장원을 다니고, 2008년 9월 25일에 개업을 한 이래 생두를 구입하는 거래처를 바꾸지 않은 사람이 노름마치다. 그는 상대방이 심각한 해악을 끼치지 않으면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가꾸어 나간다.
  “책도 보고,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수박도 먹고, 어머니가 바느질도 하고……. 사람들이 지나가다 빠끔히 들여다보고 들어와서 쉬다 가고……. 혼자서도, 둘이서도, 여럿이서도…….”
  노름마치의 바람대로 존재하는 공간이《마루》다. 그 마루에 든 사람은 누구든 커피에, 음악에, 인정에 발이 묶인다. 칡넝쿨처럼 서로 얽히고설키어 인연의 꽃을 피운다.
  쿠바의 어촌에 살던 푸엔테스와 헤밍웨이처럼…….  (끝)
 
 
  글     :     양선희(시인)
  사진  :     원종경(비디오그라퍼)
 
 


   광주광역시 동구 동명동 151-1. 정양석. 062-233-5006
양선희(시인)
사진 원종경(비디오그라퍼)
주소 대한민국 광주광역시 동구 동명동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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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초코홍이
사진이 멋지게 나왔네용 후훗
볶은 원두랑 대나무 채반이 인상적이네요.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이어가는 분과
얘기 나누면서 드립커피 한잔 마시고 싶네요
kahwa
아침 8시 10분에 문을 여는 마루.
그 마루에 앉아 한담을 나누며
커피 향기에 젖을 수 있는 사람은
한 가지 행복을 더 가진 사람일 겁니다.
카페인여자
향기로 만남으로 얽히고 설킨 커피 한 모금... 진한 커피 한잔 생각난는 가을이네요
인연의 꽃 피우러 냉큼 마루로 발걸음을 옮기고 싶어지네요 ^^..
coffeeme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과는 달리 특별한것이 그 곳에는 있어요.
가을 바람이 쌀쌀한 요즘 방금 내린 드립 커피 한 모금이 생각나네요.
광주 최고의 커피 집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
커피를 좋아하신 분들이면 진심 추천합니다~
oasis
잘 볶은 쿠바( ^^)의 향이 입안에 머물때 사랑에 빠진다.
사랑은 빠지는 것 ,사랑하는 것, 사랑에 머무는 것에 이르는 과정을 거친다.
낭만적인 맛
쿠바와
사랑에 머무를 때
삶은 살만해 지는것 같다.....
kahwa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방식도
남다르답니다.
눈여겨 보시면서
그 맛을 음미해 보세요^^
yamm
정신없는 일과를 마치고 마시는 커피는 그 향이 두배인것 같아요.
 
광주에서 일할적 먼 길마다않고 찾아갔던곳이 마루였는데..
 
마루의 커피향은 지금도 잊을 수 없네요
 
여기서 뵈니까 너무 반갑고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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