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커피가 있었다

레드브라운.2

kahwa 0 1,805
브라운김 씨가 대평포구 등대의 색깔처럼 빨간 커피잔에 담아 준 커피를 마시며 나는 바다가 내다보이는 실내를 휘휘 둘러보았다.
  ‘오늘의 추천 커피는 Indonesia Mandheling(인도네시아 만델링)이랍니다!!!’라고 적힌 칠판이 보였다. 그것을 보는 순간 이곳에서는 ‘오늘의 추천 커피’를 어떻게 정하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다시 주방을 보고 돌아앉아 질문을 던졌다.
  “오늘의 추천 커피를 정하는 기준은 따로 없습니다. 배전도에 따라 아침에 몇 가지 내려보고, 잘 내려지는 거, 맛과 향이 잘 표현되는 걸로 정합니다. 물론 날씨데 따라서도 달라지지요. 오늘처럼 흐리고 비 오는 날은 진하고 무거운 게 좋으니까 케냐, 만델링, 과테말라, 칼로시 같은 걸로 오늘의 커피를 정합니다. 화창한 날은 에티오피아가 잘 어울리는 거 같고요. 예가체프, 코케, 콩가……. 추천 커피는 메뉴에 없는 커피가 나갈 때가 많습니다.”
  《레드브라운》에서는 메뉴판 보다 게시판을 잘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만델링을 다 마신 나는 말했다.
  “커피가 진하고, 부드럽고, 다네요!”
  “가게 열고 6개월쯤 되었을 때 어느 비오는 날이었어요. 손님이 없어서 만델링 한 잔 내려 바다가 보이는 데서 마셨어요. 제가 내린 거라도 맛있어서 저를 칭찬해 준 적이 있어요.”
  그 말을 하는 브라운김 씨는 잔잔한 바다처럼 웃었다.
  빨간 등대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기를 즐기는 그가 좋아하는 커피는 과테말라다.
  “과테말라가 저한테는 커피다운 커피 같아요. 커피에는 여러 가지 맛들의 어우러짐이 있는데 그 커피에는 그런 것이 다 있어요. 과테말라는 마치 다크 초콜릿 같아요.”
  그가 핸드드립 커피를 처음 마셔본 때는 1990년 초에 신사동에 사무실이 있던 광고회사에 카피라이터로 입사했을 때다. 그 회사 밑에 핸드드립 카페가 있었다. 그때는 커피를 잘 몰랐지만 카피가 잘 안 풀릴 때마다 거기 가서 머물렀다. 그 시절부터 커피는 이미 김종대 씨에게 삶의 일부가 된 것이다.
  카페의 구석 자리에서 일의 실마리를 풀던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그는 자신의 카페에 오는 사람들 또한 오래 오래 머물다 가기를 원한다. 그래서인지 어느 자리에 앉아도 광고의 그림 같은 한 장면이 되는 《레드 브라운》에 오는 사람들은 급하게 왔다가 급하게 가는 이가 없다. 바다를 바라보고 벽에 기대어 서 있는 책장에 가지런한 책을 빼다 읽기도 하고,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걸어온 올레길을 마음으로 되짚어 가보기도 하고, 심상에 떠오른 것들을 메모하기도 한다.
  그렇게 여행을 왔다가 우연히 혹은 작정하고 《레드브라운》에 들렀던 사람 중에는 2008년에 삶의 터전이었던 서울을 버리고 내려와서 2009년에 《레드브라운》을 열고 제주특별자치도민 5년차가 된 그처럼 제주에 뿌리를 내린 사람이 서넛 있다. 그들은 물론 김종대 씨처럼 대학시절부터 바다도 있고 산도 있어 좋은 제주도에 내려와 사는 것을 꿈이었던 이들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도시가 싫어서 이 섬을 찾아와 마음을 비우고 사는 김종대 씨의 삶이 자신이 그리던 삶과 유사하다고 느낀 것이다. 살던 곳을 정리하고 자신의 곁으로 이주한 그들을 두고 김종대 씨는 ‘올레이민자’라고 부른다. 느리게 사는 아름다움을 찾아 이 섬으로 오는 사람은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른다. 때로 이렇게 한 사람의 삶은 다른 사람 삶의 전형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이 대평리가 원래 외진 동네였는데 올레길 생기고 나서 유명해졌어요. 카페 문 열 때는 시골이라 손님이 별로 없어서 핸드드립만 했는데……. 요즘엔 주말에 엄청 바빠서 머신을 쓸까말까 고민 중이에요. 머신을 쓰려니 망설여져요.”
  그는 모든 커피를 핸드드립으로만 내린다. 원두의 종류나 상태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1인분의 커피는 20~22g으로 150~200cc 사이로 내려서 부드러운 커피를 원할 때는 물로 약간 희석을 하기도 한다. 원두의 분쇄도를 가늘게 해서 85~90도 사이의 물로 내리되 약하게 볶은 것은 온도를 높게 해서 내리고, 세게 볶은 것은 온도를 낮게 해서 내린다. 다 내린 커피를 잔에 담을 때는 차 거름망으로 거품을 걸러낸다. ‘하루에 1Kg씩(50번씩) 3년은 드립 해야……. 그래서 1톤 정도의 커피를 내려야, 핸드 드립 조금 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김종대 씨가 깔끔한 커피 한 잔을 만들려고 공을 들이는 그 모습은 마치 한 편의 광고 카피를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그가 만든 커피를 마시면 몽유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새로운 커피를 선택하는 것은 반갑고 즐거운 모험이다’라고 브라운김 씨는 말한다. 그가 최근 에티오피아에서 찾은 커피인 콩가는 순수한 그 대지의 향기와 단맛이 충분히 스며있었다.(계속)
 
 
글     :     양선희(시인)
사진  :     원종경(비디오그라퍼)
 
 


레드브라운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 844-19. 브라운김. 064-738-8288
 






양선희(시인)
사진 원종경(비디오그라퍼)
주소 대한민국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 8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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