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커피가 있었다

달콤.2

kahwa 0 2,238

  “여기 처음 오는 분들에게 저는 바디감이 적당하고 옅은 신맛과 쓴맛과 단맛의 밸런스가 다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브라질 옐로우 버본을 추천합니다. 처음에는 그런 분들한테 인도네시아 만델링이나 케냐커피를 추천해 봤는데, 웬 사약이냐며 인상을 찌푸리셨거든요. 누구나 핸드드립 커피에 적응하는 단계가 있는 거 같습니다. 여기 단골들은 주로 아프리카 커피를 즐겨 마십니다.”
  “먼 데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이집 커피가 어떤 형태로든 감동을 준다는 얘기겠네요?”
  “아, 그건 과찬입니다. 그 대신 제가 감동 받은 손님은 많습니다. 그 중에서 잊을 수 없는 손님은 서울에서 온 모녀였어요. 어느 날 한 주부가 이곳 여수가 고향인 노모를 모시고 왔어요. 아마 그 노모는 임종을 앞둔 상태라 고향에 와 보고 싶었나 봐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손님도 없던 터라 여유 있게 커피를 만들어 드렸어요. 모카치노 그리고 카페 모카로요. 그 커피를 너무나 맛있게 마시기에 제가 그 노모한테 물었어요. 리필 해 드릴까요? 그러자 그 노모가 말씀하셨어요. 아, 총각 커피가 너무 맛있네! 더 준다고 하니 좋네! 그 노모는 달달한 커피를 세 잔이나 드셨어요. 그걸 지켜보면서 그 딸은 말없이 눈물만 흘리더라구요. 노모가 안쓰럽기도 하고……. 노모가 커피를 행복하게 마시니 좋기도 하고……. 이튿날 그 모녀가 또 왔어요. 고맙다고……. 그 노모가 여기서 좋은 추억을 가져갔기를 바랄 뿐이지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임동호 씨는 《달콤》에 오는 사람들한테 주로 두 개의 드리퍼를 이용해서 추출한 커피를 낸다. 진한 커피는 하리오 드리퍼로, 연한 커피는 칼리타 드리퍼로 내린다. 그러나 손님의 취향에 따라 칼리타로 진하게 내려서 희석을 하기도 한다. 손님이 원하면 고노 드리퍼나 융 드리퍼를 쓰기도 한다.
  “핸드드립은 자기만의 맛을 찾아가는 방법이지요.”
  어떤 도구를 써서 핸드드립을 하든지 임동호 씨는 분쇄해서 드리퍼에 담은 커피에 첫물을 부어서 뜸을 들일 때 향기부터 맡는다. 그 향기로 커피의 신선도와 맛을 점치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그는 손님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려고 이색적인 핸드드립을 하기도 한다.
  임동호 씨는 하리오 드리퍼를 이용해서 커피를 내릴 때 가장 먼저 뜸이 잘 든 커피의 한 가운데 아주 작은 동그라미를 하나 그린다. 그러고 그 주변에 크기가 똑같은 다섯 개의 동그라미를 그린다. 그때 생기는 거품도 별 모양이지만, 커피를 다 추출하고 나서 그 드리퍼에 남는 커피 찌꺼기의 모양도 별 모양이다. 일명 별 드립이라고 한다.
 
 
 


  임동호 씨가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할 때 1인분은 20g으로 210cc에서 220cc를 내린다. 200cc를 1인분 커피의 양으로 잡기는 하지만 약간 여유 있게 내려서 잔에 담아 손님한테 내고 나머지는 자신이 맛을 본다. 그렇게 늘 자신이 만드는 커피 맛의 냉정한 컵퍼가 된다. 그가 핸드드립을 할 때 선호하는 물의 온도는 87도에서 88도 사이다. 결코 90도가 넘는 물을 쓰지는 않는다.
  그 적절한 따뜻함과 향기가 바다를 닮은 잔에 담긴 예멘의 모카커피를 마시고, 다음 날 다시 그곳을 찾은 나는 《달콤》의 실내를 자세히 구경했다.
  주방의 벽장문이 독특했다.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 닿아 있는 검정색 바탕인 두 짝의 문 중 한 곳에는 카페의 메뉴가 일목요연하게 적혀 있었다. 다른 한 짝의 문에는 카페의 커피 철학이 담긴 글귀가 적혀 있었다.
 
  Hand Drip
  커피에 마음을 담아
  소중히
  한 잔 한 잔
  내려 드립니다.
  내릴 한 잔의 커피를 마셔 줄
  누군가를 생각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내린《달콤》의 커피는 끝맛이 달콤했다. 아마 《달콤》을 찾기 전부터 계속 《달콤》을 그려서 그런 모양이다. 때로 커피는 이렇게 혀보다는 마음이 먼저 그 맛을 느낀다. 그 집 커피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을 때는 말이다.
  “처음에는 이국적인 이름들을 찾았어요. 커피밸리, 골드크레마……. 그러다 생각했어요. 커피가 쓰기는 하지만 그 커피 마시면서 달콤한 얘기도 하고……. 커피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매개체도 되고……. 그래서 달콤, 달콤 말하다 보니 입에 붙었어요. 커피와는 잘 매치가 안 되는 상호인데 좀 보다 보면 매치가 돼요.”(계속)
 
글     :     양선희(시인)
사진  :     원종경(비디오그라퍼)
 
 
 
 

달콤    :    전라남도 여수시 종화동 430. 임동호. 061-665-0369

 
 


양선희(시인)
사진 원종경(비디오그라퍼)
주소 대한민국 전라남도 여수시 종화동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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